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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 고향 성산(星山), 그 별 내리던 곳에
경서신문 기자 / 입력 : 2016년 07월 21일(목) 10:2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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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 고향 성산(星山), 그 별 내리던 곳에
김 태 수
십오 년 자라다 떠나 예순이 넘어 고향 온 지 벌써 오 년째다 새 이웃들은 모두 늙었고 그 때 어린아이였던 친구들도 노인이다 해발 400미터의 성산(星山)은 여전히 포근하고 우리들 다리난간 위에서 뛰어 내리던 성밖숲도, 이조년(李兆年) 선생의 나지막한 목소리 이화월백(梨化月白) 은한삼경(銀漢三更)이 읍내(邑內)를 맴도는 것 또한 예전 그대로이다 노랑꽃 노란꽃술 질질 흘리던 노랑참외는 하얀 비닐 집 속으로 들어가고 사라호 태풍으로 온통 상처투성이던 신작로 아스팔트 포장말고는
나 갑자기 고향 성주를 버릴 생각을 한다 이 소용돌이의 전주곡(前奏曲)이었나 어떤 관리는 천황폐하만세를 외치더니 이어 또 어떤 관리는 백성을 개·돼지라고 했다 개·돼지라 말이 통할 수 없었을까 그렇다. 아무 피해없는 최적지는 성주라고? 한 마디 귀띔 없이 여왕폐하는 읍내(邑內) 앞산을 속수무책의 전쟁터로 내몰았다 별 내리던 별고을 하늘은 전자파가 별빛처럼 쏟아질 그런 밤! 가뜩이나 새벽잠 없을 선량한 촌로(村老)들 귀청을 찢는 레이더 발전기 소음에 잠 못 이룰 끔찍한 밤들을 생각해야 하는가
내 고향의 머리 위에서 누가 무슨 짓을 하려는가 읍내로 레이더 전자파가 직격탄(直擊彈)으로 떨어지는 소름끼치는 풍경쯤 보지 않아도 안다 우리 백성들은 개·돼지라 정말 상관없는가 섬나라 일본, 미국령(美國領) 괌도(島) 사드 레이더가 왜 바다를 향하고 있는 지쯤은 나도 안다
나 갑자기 고향을 버릴 생각을 한다 온통 사드참외와 사드사과의 고향, 인제 고을 이름마저 사드성주로 바뀔 이 슬픈 동네 내 어린 손녀의 이름 앞에도 붙을 줄 모를 오오 징그러운 사드, 사드라는 괴물의 저주를 피해 개·돼지들의 동네를 떠나 먼 먼 사람의 나라, 그런 나라로 갈 것이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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